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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마케터는 소비심리를 모르나?

생각하는너구리 2013. 3. 27.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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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루이비통
국내도서
저자 : 황상민
출판 : 들녘 2012.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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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루이비통

심리학자의 마케팅


마음이 불편했다. 경영학을 공부한 마케팅 실무자의 마음을 한없이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다. 심리학자가 경영학자, 특히 마케터의 심리를 자극해서 책을 팔아먹으려고(?) 마케팅 전략을 세웠는지 몰라도 경영학 커리큘럼에 대해 다분히 불편한 표현들이 눈에 밟힌다.


저자인 황상민 교수는 고객의 소비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경영학의 커리큘럼들은 소비자의 심리코드를 파악하기에는 심리학을 제대로 다루지 않아서 부족한 점이 많고 그 결과 그런 경영학도들이 입사한 기업들이 펼치는 마케팅은 판판이 실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황교수만 소비자, 특히 한국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다수의 마케터들은 통념에 빠져 헛발질만 하고 있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고객이 가장 중요한 경쟁상대이고 경쟁기업을 조사하는 것 보다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많은 경영학 교과서들이 강조하고 있다.


소비심리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책에서 제시한 몇몇 사례분석은 한눈에 봐도 동의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다. 황교수는 꼬꼬면의 성공을 '다양한 입맛과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에 들어 맞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황교수의 지적대로 꼬꼬면의 초기 돌풍을 하얀국물만으로 재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내가 보기에 '소비자의 마음'을 이유로 꼽는 것은 더욱 억지스럽다. 꼬꼬면의 돌풍이 과거 대세를 쫒던 대중이 이제 개성을 추구하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맞다면 1년여 만에 대중이 다시 대세를 쫒게 되었단 말인가?


알다시피 꼬꼬면은 초기 돌풍을 이어가지 못하고 사그라들고 말았다. 꼬꼬면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었기 때문에 성공했다면 지금은 갑자기 소비자들의 입맛과 마음이 변했단 말인가? 나는 꼬꼬면의 사례를 보면서 과거 '라또마니'가 생각났다. 이용식을 모델로 내세우고 스프가 2개 들었다며 요란하게 떠들어댄 라또마니는 사실 광고측면에서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사람들의 뇌리에 잘 스며들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실적은 별로였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꼬꼬면도 같은 경우가 아닐까 싶다.


마찬가지로 신라면 블랙은 소비자의 마음을 몰라서 실패했다고 진단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신라면 블랙은 과장광고 사건만 아니었다면 훨씬 성공한 제품이 되었을 것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몰랐다기 보다는 라면으로 한끼를 때우는 시대에서, 좋아하는 라면으로 마음놓고 한끼를 즐길 수 있도록 라면을 포지셔닝 하려고 했는데 그만 과장광고 논란에 휩싸이면서 실패한 것이다.


이 책은 딱 심리학자가 쓴 경영서적이다. 그래서 심리학의 깊이는 있을지 몰라도 경영학의 깊이는 없다.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래서 STP전략을 쓴다. 다양한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수많은 소스라니? 펩시의 당도를 다양하게 조절하면 성공할까? 그래서 이도저도 아닌 포지셔닝이 되면 어쩐단 말인가. 엘로우테일은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와인소비자의 입맛을 다 만족시키지 않았지만 성공했다. 부디 단순한게 소비자의 마음이었다고 하지는 말자.


심리코드에 의한 시장세분화는 분명히 참신하고 나름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 그러나 나로서는 개별 고객군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쉽게 와닿지 않는다. 명품소비집단 8개를 보고 있노라면 이 8개 집단이 정말 뚜렷이 구별되는 집단인지, 그래서 정말 서로다른 마케팅믹스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집단인지 의문이 든다.


또하나 저자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힘이다. 궁극적으로 마케터는 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해서 소비자의 심리에 변화를 일으키려고 한다. 고객의 심리코드를 이해하고 그 고객에게 알맞은 마케팅을 펼치는 것 만큼이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대중의 심리에 변화를 일으키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고객의 심리코드를 이해하는데만 너무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마케팅의 전략적 측면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끝으로 저자의 글재주 없음을 지적하고 싶다. 뭐라고 딱 찍어 지적하기 어렵지만 어려운 내용을 다룬 책도 아닌데 쉽게 읽혀지지 않는 책이다. 별점은 2개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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