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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이 뭐길래

생각하는너구리 2012. 5. 1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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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지식인에 올라온 질문에 답을 했던 것인데 조금 수정해서 올려 보겠습니다.


개인의 신용등급이란 통상 어떤 사람이 특정기간(보통1년)이내에 파산 또는 연체, 즉 돈을 갚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될 확률을 수치화 시켜 놓은 것입니다. 이게 무슨소린지 잘 감이 안잡히는 분들도 있으실텐데, 바로 '신용'이란 말 때문이죠. '등급'은 잘 와 닿는 편이거든요. 내신등급이 공부 하는 능력을 수치화 시킨 것 이라고 생각하시면 신용등급은 돈 갚는 능력을 수치화 시킨 것이라고 연결이 되기 때문에, 5~6등급 이신 분들이 (멀쩡한 대한민국의 대부분 직장인은 5등급) 납득을 못하시는 거죠. "내가 돈을 못 갚을거 같냐..열받네..." 심지어 "A회사는 내가 5등급이라는데 왜 B사는 나보고 6등급이라는거냐, B가 틀렸다. A회사 기준으로 대출을 해달라" 하고 우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대표적인 신용정보회사 2군데(NICE,KCB -KIS와 NICE는 합병됐으므로)에서 신용등급을 산정하여 금융기관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양사모두 현재로선 공신력에 문제가 있는 곳은 없습니다.각 신용정보 회사들은 당연히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여 우리 개인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수집한 다음 정교한 통계모형을 사용하여 우리가 파산이나 연체에 빠질 확률을 계산합니다. 하지만 회사마다 수집할 수 있는 정보와 그것을 가공할 때 사용하는 통계적 방법이 다르므로 개별 개인들에 대해서 서로 다른 확률값을 내어 놓게 됩니다. 이 확률값이 신용평점에 해당하는데요, 신용평점을 구간별로 묶은 것이 등급입니다. 물론 같은 확률값이 나왔다 하더라도 회사마다 등급의 기준선이 다릅니다. 예를들어 A사는 5등급이 600~700점일 수 있고 B사는 600~680점일 수 있는 것이죠. 이런 기준과 정의는 개별 회사마다 정해서 싸이트에 잘 적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확률값 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부터 오해가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개인들은 자신의 신용등급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이유는 자기 생각엔 자기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리고 한 두 번 깜박해서 카드값 잠시 연체한걸로 내 신용을 그렇게 나쁘게 판단할 수 있느냐, 또는 신용조회를 한 것이 뭐가 그리 대수란 말이냐 등등(지금은 단순히 조회를 한다고 등급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심지어 내 통장잔고에 100만원이 있는데 10만원 연체했다고 이러느냐....(신용정보회사는 개인의 통장잔고를 볼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자신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카드값을 연체한 경우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신용카드를 연체한 사람들은 대부분 잔고가 일시적으로 비었을 뿐이라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는 피치못하게 그 금액을 결국 갚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더 나아가 고의적으로 연체를 하고 도망을 간 경우도 있고 어떤 사람은 카드를 분실해서 억울한 피해를 입은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은 모두 돈을 못 갚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이유로든 연체를 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일단 연체를 한 경우라면 돈을 못 갚을 가능성(확률)이 올라가는 것이죠. 자기자신은 깜박해서 통장잔고가 부족했다고 하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연체라는 사실은 고의적인 연체와 다르지 않습니다. 즉, 자기자신이 아무리 선의에 의한 행동을 했다 하더라도 드러난 결과가 돈을 떼먹는 사람들과 같은 행위를 한 것이라면 같은 등급으로 취급받는 것입니다. 왜 내가 선한 사람이라는 걸 몰라 주냐고 억울해 할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신용조회를 하면 신용평점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신용조회는 심심하다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부분 대출을 받기 위해서이거나 어떤 형태로든 신용거래를 발생시키기 위해서 하는 경우입니다. 신용거래가 없는 사람들 보다 신용거래가 있는 사람은 당연히 위험이 큽니다. 그래서 평점이 하락하는 거죠. 나는 심심해서 조회했으니까 나만 예외로 해 달라고 하는 것은 안되는 것이죠.(신용정보 회사에서는 심심해서(?) 조회하시는 분들을 위해 따로 본인 스스로 조회하는 길을 열어 놓았습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그럼 어느 회사의 신용등급이 더 정확한 걸까요? 앞에서 설명드렸다시피 두 회사에서 각 등급이 의미하는 바가 다르므로 개별 개인들의 입장에서 어느쪽이 더 정확하냐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등급의 정확도라는 것은 같은 등급의 고객 여러명을 상대하는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죠. (양 사의 신용등급 모두 잘 받을 수 있도록 관리하셔야 합니다.) 어느쪽이 더 정확하냐는 질문은 곧 금융회사들이 나를 판단할 때 어느 회사의 신용등급으로 판단하느냐는 문제입니다.우리나라 대형 금융기관들은 사실상 100% 두 개 신용정보회사들과 함께 거래를 합니다. KCB는 대형금융지주와 현대카드가 대주주이므로 대주주인 은행들이 거래를 안한다는건 말이 안되겠죠. 하지만 금융회사들마다 또 어떤 서비스, 상품이냐에 따라 각각 적절한 가중치를 섞어서 함게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내가 공부를 아무리 1등급만큼 잘 해도 시험을 못치면 내신이 10등급이 됩니다. 공부를 못하는 사람들과 같은 (시험을 못치는)행동을 하기 때문에 같은 그룹으로 분류되는 것입니다. 물론 선생님들은 학습능력은 뛰어난데 시험만 못치는(이런 사람이 있는지는 몰라도) 진흙속의 진주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죠. 금융회사들도 최대한 좋은 고객들을 알아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신용관리 잘 하셔서 행복한 금융생활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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